'무자본 M&A꾼' 두 번 손바뀜에 거덜난 상장사

입력 2018-01-07 18:08   수정 2018-01-08 07:00

전액 빚으로 사들인 뒤 수백억 부실채권 떠넘겨 결국 상장폐지

마제스타 전 대표·M&A전문가 등 240억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

'LBO방식 M&A' 배임 판례 엇갈려
검찰 "피인수 기업에 반대급부 없이 자산만 빼내 손실 끼친 건 위법"



[ 황정환 기자 ]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무자본 인수합병(M&A)꾼’들이 상장회사를 부실 덩어리로 만든 사건이 적발됐다. 금융회사에서 전액 대출받아 회사를 인수한 뒤 그 회사 자산으로 빚을 갚는 방식이다. 자기자본 없이 회사를 인수하는 차입매수(LBO) 방식 M&A에 대한 배임죄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모회사 살리려 피인수사 이용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검사 정대정)는 제주 신라호텔에 입점한 카지노업체 ‘마제스타’의 전 대표 서모씨(49)와 최고재무책임자 이모씨(46), 무자본 M&A 전문가 윤모씨(56) 등 3명을 배임·횡령·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2013년 4월 개장한 마제스타 카지노는 한국에서 세 번째, 제주에선 가장 큰 카지노다. 서씨는 마카오 등에서 10년 가까이 정킷(고액 베팅자 전문 모집알선)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카지노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며 마제스타는 경영난에 빠졌다. 이에 마제스타 운영을 위해 320억원을 대여한 서씨 소유 모회사 ‘제이비어뮤즈먼트’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서씨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2013년 말 마제스타 명의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240억원으로 주정설비업체 ‘엠제이비’를 인수했다.

이 대출금은 인수 직후 엠제이비의 자산 240억원을 마제스타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상환했다. 이후 회계감사 과정에서 부실 대출이 지적되자 서씨는 2014년 4월 무자본 M&A 전문가 윤씨에게 240억원에 엠제이비를 넘겼고 그 돈으로 엠제이비에서 빌린 240억원을 상환했다. 외형상으론 마제스타가 엠제이비에 대출금을 상환한 셈이다. 하지만 윤씨 역시 240억원을 싱가포르의 회사로부터 빌린 것이었고, 마제스타가 엠제이비에 상환한 240억원은 곡물거래보증금이란 명목으로 싱가포르 회사로 넘어갔다. 결국 240억원의 자산만 사라진 엠제이비는 2016년 상장폐지됐다.

◆“반대급부 없이 자산 빼먹는 LBO 배임”

검찰은 이번 사건을 “인수의 목적부터 결과까지 피인수 기업에 인수대금에 상응하는 대가 없이 손해만 끼친 위법한 LBO 사건”으로 판단했다. LBO기법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결과적으로 피인수 기업 자산이 순유출됐고, 인수 목적도 자산 탈취에 있었다는 게 검찰이 배임죄를 적용한 이유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LBO에서 배임죄를 피하려면 인수자가 피인수 기업이 제공한 담보나 차입금을 제공한 위험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 2006년 대법원이 배임죄를 인정한 건설사 (주)신한의 LBO 방식 인수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2010년 대법원은 동양그룹이 한일합섬을 인수한 뒤 한일합섬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동양메이저 채무를 상환한 사건에선 “피인수사 자산이 아닌 자기 자산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마련했다”며 배임죄를 부정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결국 희생 없이 피인수사 자산으로 빚을 갚고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없었다는 점이 동일한데 그저 회사 규모에 따라 판결이 갈렸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남부지검은 지난해 11월 피인수 기업의 자산(예금)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비상장사를 무자본 M&A한 기업 대표를 배임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인수자금을 인수사인 마제스타 명의로 빌려 해당 사건과 차이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피인수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배임”이라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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